기후변화 질병 기후우울증

“여름에 내린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

” 온 나라를 물에 잠길 기세로 쏟아지는 비에 과거 한 환경단체가 캠페인에 사용했던 글이 생각납니다.

얼마 전 ‘두 번째 장마’와 같은 폭우가 며칠째 이어지면서 심각한 인명과 재산피해가 생겼습니다.

이례적인 폭우는 한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몇 년 사이 세계 각지에서 급격히 늘어난 강수량으로 인한 수해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수증기의 양, 즉 비의 양이 많아질 뿐만 아니라 기상이변의 발생 빈도도 높아진다고 분석했습니다.

우리는 현재 폭우뿐만 아니라 폭염, 가뭄, 산불 등 다양한 기상이변을 그 어느 때보다 일상적으로 체험하며 살고 있습니다.

피부로 느껴지는 기후위기는 이제 우리 정신건강까지 위협하기 시작했고. ‘기후 우울증’이란 말 그대로 기후 문제 때문에 극심한 불안, 상실감, 분노 등에 시달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황발작, 식욕감퇴, 초조함, 불면증과 같은 증상을 보이기도 하며 아직 공식적인 정신질환 분류는 없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에 빠진 것처럼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기후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과거 기후우울증으로 음식을 전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후우울증은 특히 기후위기로 미래를 빼앗겼다고 인식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자주 나타납니다.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세계적인 협력이 필요한데도 국제사회는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저항의 의미에서 영국에서는 출산 파업(Birth Strike) 운동도 생겨났습니다.

출산파업(Birth Strike)이렇다 할 기후위기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출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올해 초 시사인 설문조사 결과 한국에서도 출산 파업에 참여하겠다는 20대 여성의 비율이 33.5%에 달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일상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할 정도로 비관에 빠지는 것은 비이성적인 과잉반응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책 <기후변화, 지금은 감정적으로 말할 때>에서는 기후변화가 향후 우리의 생존에 미칠 위협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반응은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기후 우울증을 관리하는 방법입니다.

압도적 기후 문제 앞에서 개인이 느끼는 무력감과 분노, 상실감을 제압할 방법은 있나요?저자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고 설득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면 궁극적으로 기후 우울증의 원인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후 행동을 끌어내려면 과학적인 데이터보다 개인적 감정적 차원의 접근이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과학적 사실만으로는 대중의 합의 도출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데이터가 증명하는 기후 위기의 비관적 전망에 익숙하고 일부 사람들은 전혀 경계심을 느끼지 않습니다.

게다가 진화심리학적으로 인간은 거대하고 추상적인 위험보다 나의 이익과 맞닿아 있는 위험, 또는 주변 사람들이 주목하는 위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더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맞서 행동하도록 하고 싶다면 기후위기를 개인의 삶과 직결된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감정을 자극하는 대화법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어느 날 TV에서 자신의 아이 또래 아이들이 거리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기 위한 불참 시위를 벌이는 장면을 본 뒤부터 기후 문제를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생각하게 됐고, 그 순간이 어떤 과학적 지식을 접했을 때보다 삶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왔다고 고백합니다.

2019년 9월 20일 뉴욕에서 청소년 기후 운동가들이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기 위한 글로벌 행동을 촉구하는 시위.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개인적 사명감이 기후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기후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기후 위기가 내가 사랑하는 대상을 파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 대상은 사람, 사물, 동식물, 특정 지역 등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저자는 “기후변화는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무서운 대상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기후변화를 ‘누구에게나 중요한 것’과 연결시킬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사람들을 설득할 때는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상대방의 관심 대상을 두고 암울한 미래 전망보다는 그 관심 대상을 보호하기 때문에 할 일이 있다는 긍정적인 프레임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환경 친화적 의사 결정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자부심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 죄책감과 수치심보다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이런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기후 위기와 관련해서 될 일이 없다는 생각에서 생기는 각종 부정적 감정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적 행동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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